매주마다 1등이 당첨되지만 내가 쥔 종이에서 1등이 나오는 일은 없다.
몇 번 살 때는 당첨이 되면 뭘 할지, 집을 살지, 차를 살지, 직장을 관둘지, 제 2의 미래를 시작할지 당첨된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기대감을 갖지만 이제는 아무런 감흥도 없다.
그냥 사지 않으면 당첨 확률이 0%니까... 0.00000000001%의 확률에라도 걸어보고 싶어서 복권을 구매한다.
그리고 목요일 밤, 토요일 밤 마다 들고 있던 종이를 찢어 쓰레기통에 버린다.
이 짓거리도 그만 둘까... 생각하다가도 가판대를 지나갈 때면 자석처럼 끌려 할아버지에게 만 원을 건넨다.
그냥 이대로 살다가는 목돈을 모으긴 커녕 세금과 보험료, 집세만 내다 죽을 것 같기 때문이다.
혹자는 말한다.
1등에 당첨된 사람중에 끝까지 행복을 지킨 사람은 적다고. 그러니 그냥 열심히 노력하며 살라고.
난 그 사람을 보며 이솝우화에서 포도를 먹지 못해 '신 포도일거야'라고 정신승리하는 여우를 떠올린다.
아마 1등에 당첨된다면 그 여우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미소를 지을 것이다.
그리고 나 또한 그렇다.
열심히 살아도 과실을 따먹는 사람은 소수다.
그리고 과실을 맛본 사람들은 그 과실을 독점하고 싶어한다.
자본이 자본을 만드는 세상에서 자본이 없는 사람들은 평균이란 기준선에서 떨어지기 시작한다.
돈이 돈을 복사해준다며 축제를 벌이는 사이에 바닥에 있는 사람들은 노동이란 빚 바랜 가치에 발이 묶여 점점 늪으로 파고 들어간다.
늪으로 가기 싫어서 현실이란 쳇바퀴에 오르기 전 복권을 산다. 어쩌면 이 종이가 늪에서 나를 꺼내 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은 채...
하지만 그게 도대체 언제일까?
1등에 당첨되려면 어떤 행운을 갖고 태어나야 하는걸까?
이번 주 토요일이 되면 다시 종이를 찢어 쓰레기통에 버리고 한숨만 푸욱 쉬고 있겠지...
그 또한 내 쳇바퀴 속 하나의 일과가 되어버렸으니까.
'My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기 기사 공부를 시작했다. (0) | 2021.03.16 |
---|---|
[맨체스터 더비] 맨시티 0-2 맨유 경기 소감 (0) | 2021.03.08 |
개미와 배짱이 (0) | 2021.01.19 |
[프리미어리그 14R] 맨시티 2-0 뉴캐슬 경기 소감 (0) | 2020.12.27 |
[카라비오컵] 아스날 1-4 맨시티 경기 소감 (0) | 2020.1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