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tory

로또나 연금복권 사면서...

Manchester city 27 Avenue 2021. 3. 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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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마다 1등이 당첨되지만 내가 쥔 종이에서 1등이 나오는 일은 없다.

 

몇 번 살 때는 당첨이 되면 뭘 할지, 집을 살지, 차를 살지, 직장을 관둘지, 제 2의 미래를 시작할지 당첨된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기대감을 갖지만 이제는 아무런 감흥도 없다.

 

그냥 사지 않으면 당첨 확률이 0%니까... 0.00000000001%의 확률에라도 걸어보고 싶어서 복권을 구매한다.

 

그리고 목요일 밤, 토요일 밤 마다 들고 있던 종이를 찢어 쓰레기통에 버린다.

 

이 짓거리도 그만 둘까... 생각하다가도 가판대를 지나갈 때면 자석처럼 끌려 할아버지에게 만 원을 건넨다.

 

그냥 이대로 살다가는 목돈을 모으긴 커녕 세금과 보험료, 집세만 내다 죽을 것 같기 때문이다.

 

 

혹자는 말한다.

 

1등에 당첨된 사람중에 끝까지 행복을 지킨 사람은 적다고. 그러니 그냥 열심히 노력하며 살라고.

 

난 그 사람을 보며 이솝우화에서 포도를 먹지 못해 '신 포도일거야'라고 정신승리하는 여우를 떠올린다.

 

아마 1등에 당첨된다면 그 여우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미소를 지을 것이다.

 

그리고 나 또한 그렇다.

 

 

열심히 살아도 과실을 따먹는 사람은 소수다.

 

그리고 과실을 맛본 사람들은 그 과실을 독점하고 싶어한다.

 

자본이 자본을 만드는 세상에서 자본이 없는 사람들은 평균이란 기준선에서 떨어지기 시작한다.

 

돈이 돈을 복사해준다며 축제를 벌이는 사이에 바닥에 있는 사람들은 노동이란 빚 바랜 가치에 발이 묶여 점점 늪으로 파고 들어간다.

 

 

늪으로 가기 싫어서 현실이란 쳇바퀴에 오르기 전 복권을 산다. 어쩌면 이 종이가 늪에서 나를 꺼내 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은 채...

 

하지만 그게 도대체 언제일까?

 

1등에 당첨되려면 어떤 행운을 갖고 태어나야 하는걸까?

 

이번 주 토요일이 되면 다시 종이를 찢어 쓰레기통에 버리고 한숨만 푸욱 쉬고 있겠지...

 

그 또한 내 쳇바퀴 속 하나의 일과가 되어버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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