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코치진과 선수진 모두 엉망인 경기여서 누구 한 명을 콕 집어 패배의 원인이라고 하기 어려운 경기였다.
그래도 두산팬들에게 패배의 결정적인 장면을 뽑으라면 역시 6회 초까지 잘 던지던 김민규를 내리고 이영하가 등판한 장면일 것이다.
2차전 때 마무리로 올라온 이영하가 속된 말로 푸짐하게 똥을 쌌다. 그로 인해 질뻔한 경기를 두산의 승리로 끌고 간 것이 오늘 선발로 나온 투수 김민규였다.
6회 초에도 등판한 김민규는 땅볼로 선두타자를 잘 잡아낸 후 이명기의 안타로 상대 타자를 1루에 보냈다.
누가 봐도 충분히 점수를 주지 않고 막아낼 만한 상황이었는데 뜻밖이었던 것은 두산의 돌태형 감독이 이영하를 올린 것이었다.
말도 안 되는 교체였다.
이영하는 올 시즌 내내 좋은 모습을 보여준 적이 한 번도 없고 겨우 세이브를 기록한 날도 이영하가 잘했다기보다는 두산의 수비수들의 도움이 컸다.
게다가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두산에게 패배를 안길 뻔한 선수가 바로 이영하다.
그런데 0:0으로 팽팽한 상황에 이영하를 올린다고?
혹시나 잘 막아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은 이영하가 공 몇 개를 던진 지 얼마 안 돼서 '그럼 그렇지' 하는 탄식으로 바뀌었다.
적시타 두 개와 한 번의 폭투로 팽팽하던 분위기는 급격하게 NC 쪽으로 기울었다.
더 어이없는 건 이영하가 내려가고 김강률, 박치국, 이승진 등 필승조를 불펜으로 올렸다는 것이다.
이미 지칠 대로 지친 필승조를 이영하가 팀 사기를 떨어뜨린 후에 등판시켜 투수들의 체력마저 갉아먹히게 했다.
남은 5, 6경기에 대한 구상이 있긴 있는 건가 의구심마저 들게 하는 판단이었다.
불펜들을 혹사한다는 것은 선발투수들에게 더 부담감을 심어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선발투수가 더 많은 이닝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더 걱정스러운 건 이영하뿐만이 아니다. 바로 시즌 내내 문제제기가 꾸준했던 타자들의 타격감이다.
조금 살아나나 싶었던 타격감은 오랜 경기로 인해 선수들이 지쳤는지 터져야 할 때 터지지 않고 특히 중심타선들은 여전히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투수들의 어깨가 갈려가면서 점수를 지켜봤자 타격이 살아나지 못하면 이길 수 없다.
투수는 팀의 밑바탕이 되어줄 뿐 결국 승리를 가져와야 하는 건 타자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타격이 살아나지 않는 다면 동률을 만든 NC의 분위기에 밀려 우승을 놓칠 것이 자명하다.
이제 하루를 쉬고 월요일부터 다시 경기가 시작한다.
감독과 선수들이 어떻게 문제점을 보완하고 얼마나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지가 두산의 승패를 좌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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