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게스트하우스협회 공청회 후기

관광진흥법이 개정되어 게스트하우스의 영업일수가 180일로 줄어들 것이라는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또한 에어비앤비에서 이메일을 통해 이런 내용을 보내왔습니다.

 

에어비앤비 첨부메일

 

 

호스트인 저는 급작스럽게 운영일수가 180일이 될 것이란 것에 대해 너무 놀랐습니다. 안 그래도 코로나 때문에 외국인을 받을 수 없어 겨우겨우 버텨나가고 있는 데 나라에서 돌아온 대답은 운영일수를 줄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외국인도시민박업을 전업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사람들에게 떨어진 사형선고였습니다. 

 

착잡한 마음으로 카페만 바라보다가 글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게스트하우스협회에서 주최하는 공청회가 열릴 계획이니 호스트들을 초대한다는 글이었습니다. 마침 가까운 홍대에서 열리고 청소가 끝날 무렵인 오후 3시부터 시작한다고 하니 바로 신청을 했습니다. 

 

대여한 공간의 크기 때문에 50명 내외의 호스트만 참여를 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게스트하우스 협회 협회장과 사무국장, 마포구 관광과의 관광팀장과 위홈대표 등이 함께 참여했습니다. 협회장의 간단한 인사 후 사무국장의 상황설명과 함께 본격적인 공청회를 시작했습니다. 설명해주었던 현재 관광진흥법의 개정안 방향은 다음과 같습니다. 

 

 

 

<호스트의 입장에서 바뀌는 주요내용>

 

외국인도시민박업  ▶  도시빈막업으로 통합

1. 영업일수 제한 없음  ▶ 180일 영업제한 (지자체에 따라서 90일, 30일까지 줄어들 수 있음)

2. 실거주의무  ▶ 실거주의무(변동없음)

3. 보고의무없음  ▶ 영업일수 보고( To 지자체담당자)

4. 표시의무없음  ▶ 외부에 간판 설치 

 

 

<플랫폼의 의무>

 

1. 무허가업체 등록금지

2. 미등록업소 중개 금지

3. 거래정보제출 (영업일수, 매출액)

4. 불법업체 거래정보 제출

 

 

 

처음에 180일이란 뜻이 외국인을 상대론 365일 장사가 가능하면서 추가로 내국인을 180일동안 받을 수 있다는 것인 줄 알았으나 실상은 내, 외국인 구분없이 180일로 제한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법이 현실과 매우 동떨어져 있는데 그 이유로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로 "외국인 도시 민박업"은 개인사업자등록을 해야 운영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익을 창출해야 사업하는 의미가 있는 것인데 운영일수를 180일로 제한한다는 것은 수익을 반토막내는 것과 같습니다. 부업이니까 괜찮을 거란 말씀을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허나 외국인도시민박업은 실거주를 하는 조건이 있습니다. 이것을 지키려면 다른 일을 하면서 부업으로 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두번째, 외국인관광객의 수가 빠르게 늘었던만큼 게스트하우스의 숫자도 그에 맞게 늘어났습니다. 게스트하우스의 숫자가 늘어난만큼 경쟁이 생기고 살아남기 위해서 투자를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가구를 들여놓고 예쁘게 꾸밀 소품들도 준비해야 하며 어떤 경우엔 대대적으로 리모델링 또한 필요합니다. 부업으로 생각하기엔 생각보다 많은 돈을 들여야 운영을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운영일수를 반쪽으로 줄이면 누가 투자를 할까요? 투자는 커녕 대부분의 게스트하우스가 사업을 접게 될 것입니다. 코로나 직전에 더 이상 내릴 수 없는 가격으로 운영하던 게스트하우스들이 운영일수까지 반으로 줄어든다면 폐업은 당연한 결과가 될 것입니다. 이는 호스트들 뿐만 아니라 코로나가 끝나고 한국을 방문할 외국인관광객들에게 까지 피해가 가게 됩니다. 싼 가격에 좋은 조건으로 한국을 방문할 기회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번째, 저희는 스스로 내국인을 받고 싶다고 먼저 요구한 적이 없습니다. 앞에서는 외국인을 받기 힘드니 내국인을 받게 해주겠다며 선심을 쓰는척하지만 이건 180일 영업제한이란 조건을 붙이기 위한 명분에 불과합니다. 왜 실제로 운영중인 호스트들이 요구하지도 않은 것을 법 개정안으로 밀어붙이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불법을 잡기 위한 조치로는 너무 극단적입니다. 

 

 

 

그 날 공청회에서 얻은 것은 현재 법 개정안의 방향과 게스트하우스협회, 그리고 지자체의 입장이었습니다. 솔직히 다녀와서 가슴이 답답하고 미래가 어둡다는 것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호스트분들에게서도 얼굴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구요. 

앞으로 법 개정이 어떤 방향으로 바뀔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왜 갑자기 이렇게 바뀌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다만 영세업자인 기존 호스트들은 법 개정안을 바꿀 힘이 없습니다. 부디 좋은 방향으로 바뀌어 기존 숙박업체들과도 상생할 수 있는 개정안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내국인을 받길 원치 않습니다. 그저 지금 이대로 외국인들을 받으며 먹고 살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