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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써보는 리버풀 1-0 맨시티 경기리뷰

Manchester city 27 Avenue 2022. 10. 19.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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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시티 팬들이 생각하는 안필드는 절대로 맨시티가 이길 수 없는 곳이고 이번 경기 또한 그것을 증명하는 근거가 되었다. 

 

경기 전 최근 5경기 전적은 커뮤니티 실드를 포함한 2무 3패로 리버풀이 맨시티를 압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안필드전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맨시티의 승리를 예상했는데, 최근 두 팀의 분위기가 완전히 상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맨시티가 코펜하겐 원정에서 고메스의 퇴장으로 인해 비기고 돌아왔지만 여전히 이번 시즌 모든 대회에서 무패행진을 이어나가고 있었고 이와 달리 리버풀은 리그에서 2승 4무 2패로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최근 기록들은 거대한 안필드 성 앞에서 아무 의미 없었다. 펩 과르디올라가 어떤 전략으로 나오던 안필드의 리버풀은 "응, 여긴 안필드야" 라고 말하며 원정팀 맨시티에게 승점을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이 날 리버풀은 맨시티와의 중원 싸움에서 수적 우세를 지키기 위해 수미를 두 명을 두는 투 볼란테를 가져왔고 티아고와 파비뉴가 그 자리를 맡았다. 맨시티는 평소와 변화가 있었다. 그릴리쉬 대신 포든이 좌측 윙어로 나왔고 윗 그림과는 다르게 케빈 데브라이너가 우측 윙어로 나왔다. 중원에선 수미에 로드리, 그리고 양 옆에 귄도안과 베르나르두 실바가 나왔고 수비에서의 특이점은 좌측의 칸셀루가 우측으로 갔으며 왼쪽 풀백으로 아케가 나왔다는 것이다. 

 

사실 선발 라인업을 봤을 때, 맨시티 팬들은 뭔가 쎄함을 느꼈을 것이다. 치열한 중원 싸움을 해야 하는 경기에서 기동력이 약한 귄도안은 변수가 될 수밖에 없었다. 리버풀을 상대로 한 선수들의 포메이션 변화는 펩의 전술 실험을 의미하며 그 의심은 금방 맨시티 팬들을 좌절시키는 악몽이 되었다. 

 

리버풀의 강한 압박에 귄도안은 공격 과정에서 계속 턴오버가 나왔고 그 압박이 더 거세지자 귄도안와 베르나르두 실바는 라인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귄도안의 장점은 상대 박스 근처에서 공격진과 연계할 때 나오는 것인데 귄도안이 그곳까지 전진하지 못한다면 아무 장점이 없는 것과 같다. 결국 포든, 홀란드, 케빈 데브라이너에게 공이 가는 장면도 거의 없었지만 이들은 공격 지원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위협적인 공격 전개도 할 수 없었다. 


 

 

귄도안은 수비에서도 동료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 아래 장면을 보자. 

 

 

티아고가 공을 잡았고 주변에 있던 베르나르두 실바와 케빈 데브라이너는 전방 압박에 들어간다. 이때 귄도안의 위치는 압박도 수비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서 있다. 사실 베르나르두 실바와 귄도안, 둘 중의 한 명은 로드리의 수비 역할을 도와줘야 하는데, 지금은 전방에서 베르나르두 실바가 압박을 하고 있으므로 귄도안이 로드리를 보조해야 한다. 

 

 

 

리버풀의 수비수 반 다이크는 수비도 잘 하지만 빌드업에도 능한 선수다. 압박을 풀어내어 전방에 있는 동료들에게 바로 볼을 찔러 준다. 윗 사진에서 볼 바로 아래에 있는 귄도안은 얼른 수비에 복귀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상인 상황이라면 전방의 리버풀 선수가 볼을 받을 때, 귄도안은 가운데 있는 리버풀 선수에게 붙어 패스를 방해해야 한다. 하지만 기동력이 느린 귄도안은 따라 붙지 못하고 결국 어쩔 수없이 아케가 가운데 리버풀 선수에게 달라붙고 있다. 

 

 

 

그러나 귄도안보다도 뒤에 있던 파비뉴가 어느새 귄도안보다 앞서 들어와 패스를 받았고 아케가 상대 선수를 마크하러 끌려나왔기 때문에 맨시티의 뒷공간이 비게 된다. 이때까지도 귄도안은 쫓아가기만 하지 리버풀 선수들의 움직임을 전혀 제어해주지 못한다. 

 

 

 

결국 파비뉴는 전방으로 침투하는 조타에게 패스를 찔러 넣어주는데 성공하고 맨시티의 수비는 큰 위기 상황을 직면하게 된다. 펩 과르디올라는 귄도안의 공격적인 능력을 믿고 기용했지만 리버풀의 조직적인 압박으로 장점은 사라졌다. 그렇게 되면 맨시티에게 남는 것은 텅텅 빈 맨시티의 중원밖에 없다. 위와 같이 귄도안은 기동력이 딸려서 수비에 도움을 줄 수가 없고 귄도안이 비워놓은 공간을 다른 동료 선수들이 채워줘야 하는데, 이는 결국 맨시티의 뒷공간이 노출되고 동료 선수들의 체력을 갉아먹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공격적인 판단도 좋지 않았다. 아래 장면을 보자. 

 

 

현재 귄도안이 공을 잡은 상황에서 오른쪽 공간은 넓게 뚫려 있다. 바로 위에 있는 케빈 데브라이너나 더 넓게 벌려 있는 칸셀루에게 패스를 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다. 그러나 귄도안의 선택지는 둘 다 아니었다. 

 

 

 

머뭇거리다가 타이밍을 놓친 귄도안은 결국 전진패스가 아닌 아칸지에게 백패스를 하며 공격 기회를 잃어버리고 만다. 그 사이 리버풀의 선수들은 이미 수비라인을 갖췄다. 이미 조타가 패스 차단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아칸지 또한 전방 패스를 하는 것이 힘들어진다. 

 

 

 

물론 결정적인 실점 빌미를 내준 건 주앙 칸셀루였고, 살라와의 공중볼 경합에서 무리한 태클을 시도하며 살라에게 골키퍼와의 1:1 찬스를 내주었다. 이런 기회를 놓칠 살라가 아니었고 결국 그 골이 결승골이 되어 맨시티는 안필드에서 1-0으로 패배하게 된다. 

 

칸셀루의 실수가 아니었다면 비길 수도 있었을 경기였을지도 모른다. 허나 펩은 이 경기에서 승리했어야 했다. 경기 전 두 팀의 부상 상황을 살펴보자. 

 

 

 

반 다이크의 파트너인 마팁과 코나테가 모두 부상으로 빠졌다. 게다가 아놀드 또한 선발로 나서지 못했고 로버트슨은 부상에서 복귀한 선발전이었다. 

 

중원에서 뛰어야 할 케이타, 아르투르, 옥슬레이드 채임벌린도 부상으로 나서지 못했으며 리버풀 공격의 핵인 루이스 디아즈까지 아스날과의 경기에서 부상을 입고 결장한 상황이다. 

 

비록 불리한 안필드에서의 경기지만, 리버풀의 핵심 자원들이 이렇게 많이 빠진 상황에서 맨시티는 자신의 유리한 상황을 어떻게든 살려야 했지만 실패했다. 아래의 패스맵을 보자. 

 

 

 

나단 아케가 빌드업의 구심점이다. 이게 정상인 전술인가?

 

플레이 메이킹을 할 수 있는 주앙 칸셀루와 케빈 데브라이너 쪽을 배제한 채 주로 왼쪽에서 공격이 진행되었다는 의미다. 실제 오늘 경기에서 주앙 칸셀루와 케빈 데브라이너는 우측에 고립되어 영향력을 펼칠 수 없었다. 홀란드에게 양질의 패스를 뿌릴 수 있는 두 선수를 스스로 지워버린 것과 같다. 

 

나단 아케 또한 빌드업에 능한 선수가 아닐 뿐더러 공격적인 부분은 칸셀루보다 훨씬 못하다. 게다가 이 날 아케는 리버풀의 에이스인 모하메드 살라를 막아야 할 중대한 책무가 있었다. 아케가 빌드업도 해야 하고, 포든의 공격도 지원해줘야 하며 살라까지 막아야 했다는 의미다. 칸셀루 정도 되는 선수도 컨디션이 좋아야 할 수 있는 임무를 나단 아케한테 맡긴 것이 맞는가에 대해 난 동의할 수 없다. 

 

아케의 빌드업이 불안하니 저절로 귄도안과 베르나르두 실바까지 왼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었다. 그 영향으로 중원 한 가운데가 텅 비었고 지원을 받지 못하는 칸셀루와 케빈 데브라이너는 더 고립되었다. 그리고 위에서 설명했다시피, 귄도안의 중원 기용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맨시티는 좋은 경기력을 펼칠 수 없었다. 

 

 

 

맨시티 팬들은 펩 과르디올라의 전술실험을 보며, 또 한 번 작년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잘 쓰지 않던 스털링을 기용하고 귄도안 원볼란테 전술을 쓰면서 오히려 맨시티는 평소의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없었고 목전에서 빅이어를 놓치고 말았다. 

 

이번 경기 또한 마찬가지다. 물론 리버풀이 잘 준비했던 경기이기도 하지만 펩 과르디올라의 전술실험으로 인해 맨시티는 평소에 잘하던 것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빅클럽과의 경기나, 중요한 토너먼트 때마다 펩의 전술 실험으로 이상하게 졌다. 

 

더 큰 문제는 펩이 이런 경기에서 전술 수정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플랜 A가 틀렸다면 방향을 틀어야 하는데 펩은 경기가 불리한 상황에서도 고집을 꺾지 않는다. 그리고 뒤늦게 선수를 교체해보지만 경기 5~10분 남은 상황에 교체한 선수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맨시티 팬들은 이런 모습을 7시즌 째 지켜보고 있다. 

 

변칙 전술을 가져온 건 사실 감독 입장에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경기 중에 변칙 전술이 통하지 않는다면 얼른 변화를 가져가야 한다. 보통의 감독들은 모두 그렇게 한다. 그러나 펩은 아니다. 플랜 A가 통하지 않았을 때조차 교체를 하지 않는다. 평소에 잘 했던 전략으로 돌아갈 수 있음에도 왜인지 고집을 부리며 변칙 전술을 그대로 유지한다. 

 

언제쯤이면 팬들이 전술실험 없이, 아니 전술 실험에 실패하더라도 빠르게 플랜 B를 가져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원래 하던대로 하다 졌으면 미련이라도 남지 않을 텐데 스스로 장점을 없애버리고 경기에 지니 며칠이 지난 아직까지도 그때 경기만 생각하면 정말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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